♥오여사의 제1,2의 활동/남해에서 6개월

무화과 서리의 벌인가?

하늘위땅 2015. 9. 21. 19:57






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 아침

저절로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픽업 차량이 오기엔 시간이 좀 남아

누렇게 변해가는 

들을 잠시 걸어보기로 했다


발걸음을 제초재로 누렇게 떠버린

논둑으로 향했다

곁눈으로 보이는 그 뭔가...



휙 고개를 돌리니

나란히 선 나무에 달린 열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과실... 무.화.과



'저거 잘 익었는데 좀 따가까'


'내 무글것도 아닌데 머하로'


맘과는 달리

어느새 내 손을 잘 익어

물렁한 무화과를 몇개 쥐고 있었다


'옴마나 넘 땄나 들키면 창피한께 언넣 숨까야지'


신문지로 대강 싸서

출근을 했다







므흣하게

잘 먹는 직원들을 보니

괜시리 뿌듯했다

서리한 과실로

이 무슨 감정이란 말고 




"매니저님 이거 어디서 서리 했어예?"


"있어예"



달게 먹는 모습에

잠시잠깐의 죄책감은 이자삣따








근처 밭에서 막 자란

갓으로 담근 김치를

아주 맛나게 먹고

포만감에 행복해져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




"아이구야 이기 머꼬"



...



느닷없이 들려오는

언니들의 고함소리







달려가보니

세사나!!

이기머꼬



"버끔이 산더미라예

우짠다꼬 이래노꼬 갔노"


퍼도 퍼도 

생기는 버끔


"아예 다 짜 넣고 갔는가바예"



"그라면 안된다고 말해줬는데 와 이랬을꼬"


버끔 걷어 내고보니

스파는 고장이 띠릭 나삐고

고장 낸 '그분'에게 연락을 해보니

전혀 모르는 일이다 '쌩'을 까시니

올라갔던 입꼬리는 한없이 내려갔다


와인잔도 깨뿌고

버끔도 잔치를 해 놓고

뒤처리는 둘째치고

고장난 거 수리비는 줘야하는 거 아닌가?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만저만해서

수리를 하는데 비용이 과다하면

약간(?)의 부담을 하소서...



문자도 '쌩' 까이고


아침에 서리한 무화과의 복수인가

죄책감의 발걸기인가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