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사의 제4의 활동/추억의 빼다지

내 유년의 여름(3) - 소 풀이러 가기

하늘위땅 2010. 8. 26. 09:58

내 유년의 여름은 어째 여름방학 생각뿐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에서의 일상은 늘 똑같다 보니 좀 다른 환경에서의 경험만 기억에 남아서 떠올려지나 봅니다.

 

외가에서의 여름방학중 제일 싫어했던 것이 고추밭 풀 뽑기와 소 먹이러 가는 일이였던 것 같아요

고추밭 풀 뽑기는 덥고 지루하고 재미도 없어서도 하기 싫어했던 것 같았고 소 먹이러 가는 일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어릴적엔 농촌 집집이 소 돼지 한마리씩은 꼭 키웠던 것 같습니다

외가 하면 소 외양간과 울음소리도 떠올려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마당 한쪽에 있었던 외양간은 늘 소똥 냄새로 진동을 했고,

덩치 큰 소가 큰 눈을 꿈뻑이면서 움메~ 울기라도 할라치면 근처에도 못가고 멀찍이서 쳐다만 봤던

곳이였답니다 .

 

그 덩치크고 목소리 큰 녀석을 하루에 한번은 산에 데리고 가 풀을 먹여야 하는 모양입니다

사촌들은 무서워 하지 않고 소 줄을 잡고 앞장서 잘도 걷습니다

온 동네 소들이 다 나온 듯 집집마다 소를 끌고 산으로 갑니다.

멀찍이서 따라만 가면서도 혹시 뒤돌아 뿔로 박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소 뒤를 졸졸 쫓아갑니다.

소 풀 먹이는 일이라도 거들지 않으면 저녁 밥도 얻어 먹지 못할 것 같은 어린 마음에 길 잃지 않으려

어찌나 애를 태우면서 따라 다녔던지...

 

적당한 언덕에(소가 잘 먹는 풀이 많은 곳?) 소를 풀어 놓고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산을 산토끼마냥 뛰어다니며

산 열매도 따 먹고 장난도 치고 기억도 나지 않는 놀이도 하며 해 질 무렵까지 놀았던 것 같군요

놀이도 시들해지고 땀도 끈적하고 배도 슬 고플무렵 각자 자기의 소를 찾아서(희안하게도 자기 소를 알더군요 정말 신기했지요) 고삐를 가까이 잡고 산길을 내려갑니다.

 

늘 뒤따라 가다 어쩌다 늦게 내려오는 소가 있는 날이면 사색이 되고 맙니다.

시골 아이들이 도시아이들 겁준다고 소줄을 느슨하게 쥐고는 뛰어버립니다.

그러면 따라오던 소들도 우드득 뛰기 시작합니다

내리막이 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좁은 산길에서 빠져나갈 엄두도 안나고

꼼짝없이 뒤에서 쫓아오는 소에게 받힐까봐 식겁을 하면서 뜁니다.

소가 날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땐 소가 날 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한참을 그렇게 내리막길을 놀라서 뛰다보면 다리도 풀리고 소 뿔은 등뒤에 있고

진짜 무서워 엉엉 울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골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지네들끼리 우스워죽고 말입니다

정말 무서웠는데 그때는...

 

지금도 소 풀 먹이러 가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지리산 둘레길 금계 - 동강 구간중에서

 

                 

 

지리산 길을 좋아하는 건 아마도 유년시절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